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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24절기(節氣)’
    자유게시판 2014. 10. 23. 17:52

     

     

    [최기영의 세상이야기]166.선조들의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24절기(節氣)’

     

    오늘은 24절기(節氣) 중 열여덟 번째 절기이자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다. 상강(霜降)은 글자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인데, 전형적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되나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로 내린다. 이로 인해 하루아침에 들판이 뒤바뀌는 그런 절기이다. 밤새 내린 서리가 아직 푸르른 빛깔의 혈기왕성한 식물들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린다. 동트기 전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가 해가 뜨면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리가 녹고 다시 누런색을 드러내주는 절기가 바로 상강이다.

    인간이 월력(月曆)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계절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농사를 짓기 위해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1년을 보름단위로 24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징에 걸맞는 이름을 붙여 24절기를 만들었다. 결국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 만든 조상들의 지혜로운 작품임에 틀림없다.

    24절기를 살펴보면 절기와 실제 기후는 약 한 달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음력 1월이면 한창 겨울임에도 이미 입춘(立春)이 찾아온다. 무더위가 한창인 음력 7월에는 입추(立秋)가 있다. 이는 절기를 만들 때 실제적인 기후보다는 해의 길이를 참조했기 때문이다. 즉, 하지(夏至)를 기점으로 최고로 길었던 해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지만 더위는 한 달이 지나야 정점에 이른다. 하지만 절기는 실제 기후를 고려하기보다 해의 길이를 생각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창 여름에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있고 봄이 한창일 때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가 있게 되었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은 대체로 음력 정월에 들게 됨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갖가지 민속행사를 갖게 된다. 그 중 하나가 각 대문에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가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써 붙이는 일이다. 이것을 가리켜 ‘입춘첩(立春帖)’이라고 한다. 입춘방(立春榜)ㆍ입춘서(立春書)ㆍ춘축(春祝)ㆍ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부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외에도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는 뜻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이라”는 뜻의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란 글귀를 써서 붙이기도 했다.

    입춘과 관련한 재미있는 속담으로 “입춘에 오줌독 깨진다.”는 말이 있다. 입춘의 추위가 오줌을 얼리고 마침내 오줌독마저 깨뜨린다고 하니 이름에서 느껴지듯 입춘은 분명 봄의 절기이지만 입춘의 추위를 우습게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격언이 아닐까싶다.

    입춘이 지나고 두 번째의 절기는 바로 ‘우수(雨水)’다. 우수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물이 많아진다는 의미에서 붙여놓은 이름이다. 눈과 얼음이 녹는 시기이다. 땅을 갈아야 할 이 시기의 물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우수라 했다. 우수 무렵에는 봄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고 한다. 또한 예로부터 우수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겨울 철새인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초목에는 싹이 튼다고 하였다.

    우수가 지나면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을 맞는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놀라 깬다는 뜻이다. 이 때 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겨우내 잠자던 벌레들이 놀라 깬다고 생각했다. 경칩을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이며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예로부터 우수ㆍ경칩에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이다.

    경칩 다음의 네 번째 절기는 ‘춘분(春分)’이다. 춘분의 가장 큰 특징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 이 때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춘분 기간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오고, 우렛소리가 들리며, 번개가 자주 친다. 춘분과 관련된 속담에는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꽃피는 춘삼월을 시샘한다는 소위 ‘꽃샘추위’의 추위가 중늙은이를 동사시킬 정도로 매우 추움을 뜻한다.

    다섯 번째 절기는 ‘청명(淸明)’인데, 글자그대로 모든 사물이 맑고 밝다는 의미이다. 날씨가 매우 화창하고 좋을 때 “청명하다”라고 말하듯 아주 화창한 기후를 보여 주는 시기이다. 청명 때에는 보통 찬 음식을 먹는다는 ‘한식(寒食)’과 겹치거나 하루 전일 때가 많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일반이다.”라는 속담이 생겼다.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는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곡식에 필요한 단비가 내리는 시기라는 뜻이다. 보통 음력3월 즈음에 드는 곡우는 예로부터 농사에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이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라는 속담도 있듯 곡우 즈음에 못자리를 해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 떼가 북상해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란 섬 부근까지 올라와 조기잡이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이때 잡히는 조기를 특별히 ‘곡우살이’라 하여,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좋아 최상품으로 친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가 지나면 여름의 절기인 ‘입하(立夏)’로 접어드는데, 입하는 여름의 첫 절기이자 일곱 번째 절기이다. 입하는 한마디로 여름의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이쯤이면 천지사방에 널린 산나물이 잃었던 입맛을 살려 준다. 청개구리가 울고,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는 시기이다. 농사일이 바빠지며, 해충ㆍ잡초 제거 작업 등의 일이 많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는 바로 ‘소만(小滿)’이다. 소만은 이름대로 온갖 생물이 성장하여 조금씩 차오른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여름 날씨로 접어드는 때이다. 모내기를 시작하고 보리 수확을 하는 때로, 예전 ‘보릿고개’를 견뎌 온 사람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이 반가운 시기이다. 소만 기간에는 씀바귀가 뻗어 나오고 냉이가 누렇게 죽어 가며 보리가 익는다고 한다. 소만과 관련된 예전 북한에서 전해오는 재미난 속담 중에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소만은 여름의 절기이긴 하지만 이북지방의 소만 무렵의 선선한 추위가 만만치 아니하다는 말이다.

    소만 다음의 아홉 번째 절기는 ‘망종(芒種)’이다. 벼나 보리처럼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적당한 때라는 의미이다. 모내기와 보리 수확이 겹쳐 한 해 가운데 제일 바쁜 시기이다. 남녘 농촌에서는 “발등에 오줌 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빴다고 한다. 농사일거리가 끊이지 않아 일을 멈추는 것을 잊는다고 하여 망종(芒種)을 망종(忘終)이라고도 했다.

    망종이 지나면 열 번째 절기인 ‘하지(夏至)’가 온다. 여름이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하지는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예로부터 하지 기간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24절기 중에 열한 번째 절기는 ‘소서(小暑)’이다. 글자그대로 작은 더위라는 뜻이다. 소서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때이다. 이맘때면 벼이삭이 나오는데다 장마와 겹쳐 일손이 딸린다. 과일ㆍ채소류가 풍성해지고 밀ㆍ보리가 새로 나온다. 소서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소서의 모내기에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가 있다. 이 말은 소서 전에 보통 모내기를 하기 때문에 소서가 지나면 모내기가 늦은 편이라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힘을 합쳐 하루 빨리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는 말이다.

    열두 번째 절기인 ‘대서(大暑)’는 여름의 마지막 절기이다. 글자그대로 큰 더위라는 뜻이다. 보통 대서 이후 약 20여 일을 가장 무더워서 ‘불볕더위’ 혹은 ‘찜통더위’라고 말한다. “염소 뿔이 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더워, 밤에도 열대지방의 더위처럼 기온이 높은 이른바 ‘열대야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이즈음의 가장 무더운 시기를 ‘삼복(三伏)더위’라 부르는데, 여기서의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다. 혹자는 엎드릴 복자에 개견 자가 들어있으므로 이 날 개를 잡아먹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도 무더워 양기가 바싹 엎드려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복날 ‘복달임’ 음식을 만들어 몸보신을 했는데, 보통들 많이 먹는 보신탕은 3품이요, 도미탕이 2품이며, 가장 으뜸인 1품으로는 단연 민어탕을 꼽았다. 요즘은 민어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 kg당 10만원을 호가한다. 옛날 양반들이 많이 모여 살던 전주지방에서는 반가에서 복날 크기가 가장 큰 민어를 가져가는 것으로 세도의 정도를 가늠하였다고도 전한다. 목포의 영란횟집이 민어요리로 아주 유명하다.

    열세 번째 절기는 ‘입추(立秋)’이다. 가을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며 귀뚜라미가 울 때쯤 찾아온다. 이 때쯤이면 바쁜 농사일이 끝나고 한가히 어정대는 시기라 해서 “어정 7월”이라 부르기도 한다. 몹시 더우며, 자주 큰 장마가 진다. 입추 기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귀뚜라미가 운다고 한다.

    열네 번째 절기는 ‘처서(處暑)’이다. 한마디로 더위가 가신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더위가 사그라진다고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여름 내내 극성스러웠던 파리ㆍ모기도 자취를 감춰 간다. 처서 기간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천지가 쓸쓸해지며, 논벼가 익는다고 한다.

    열다섯 번째 절기는 ‘백로(白露)’인데, 말 그대로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다. 기온이 뚝 떨어져 이슬마저 차가워져 흰 빛을 띠기에 하얀 이슬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고되고 힘든 여름 농사를 갈무리하고 일손을 놓는 시기이다.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알맞아 온갖 열매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다. 이 시기 제비는 다시 따뜻한 강남지방으로 돌아가고 대신 입춘 때 북쪽으로 날아갔던 기러기가 찾아온다.

    열여섯 번째 절기는 ‘추분(秋分)’이다. 추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을 기점으로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가을이 왔음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추분 기간에는 우렛소리가 그치고, 동면할 벌레가 구멍을 막으며,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한다.

    추분이 지나면 열일곱 번째 절기인 ‘한로(寒露)’가 찾아온다. 쌀쌀한 밤기운에 차가운 이슬이 맺히는 시기이다. 이때는 가을의 꽃 국화로 국화전과 국화주를 만들어 먹는다. 한로 기간에는 기러기가 모여들고 참새가 줄어들며, 조개가 나돌고 국화꽃이 노랗게 핀다고 한다.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霜降)’은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글자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다. 가을을 갈무리하는 겨울의 문턱이다. 상강 기간에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고,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며, 동면하는 벌레가 모두 땅 속으로 숨는다고 한다.

    상강이 지나면 열아홉 번째 절기이자 겨울의 절기인 ‘입동(立冬)’이다. 말처럼 겨울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입동에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 해 바람이 독하다고도 한다. 입동을 전후해 김장을 담근다. 입동 기간에는 물이 얼기 시작하고, 땅이 처음 얼며, 꿩이 드물고 조개가 잡힌다고 한다.

    스무 번째 절기는 겨울을 알리는 ‘소설(小雪)’이다. 글자그대로 작은 눈이라는 뜻이다. 소설부터는 살얼음이 잡히고 대지가 얼기 시작한다. 이 때면 본격적인 월동준비를 한다. 소설 기간에는 무지개가 나타나지 않고, 하늘이 기운이 올라가고 땅의 기운은 내려가며, 천지가 얼어 생기가 막힌다고 한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유명하다.

    스물한 번째 절기는 바로 ‘대설(大雪)’이다. 글자그대로 큰 눈이라는 뜻이다. 대설은 눈이 많이 내리는 절기이다. 이 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겨울 피해가 적어진다. 대설 기간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산천초목을 호령하던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스물두 번째 절기는 ‘동지(冬至)’이다. 겨울이 지극하다는 뜻이다. 겨울의 대표적 절기로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면서, 24절기 중 풍습이 가장 많기도 하다. 사람들은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찹쌀로 된 경단을 넣는 동지팥죽을 해 먹었다. 또 동지팥죽에는 귀신을 쫓는 영험이 있다고 생각해 붉은색을 띠는 팥죽 국물을 벽이나 문에 뿌렸다. 예전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동짓날을 ‘작은 설’로 여겼다.

    스물세 번째 절기는 ‘소한(小寒)’이다. 글자 그대로 작은 추위라는 뜻이다.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 때가 더 추울 것 같지만 오히려 소한이 더 추운 경우가 많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소한 기간에는 기러기가 돌아가고 까치가 집을 지으며 꿩이 운다고 한다.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는 바로 ‘대한(大寒)’이다. 글자그대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말처럼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 이때는 겨울을 마무리할 시기이다.

    문명의 이기로 달나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후손들은 그 옛날 선조들의 이런 깊이 있는 삶의 지혜를 겸허히 배워 익혀야 할 것이다.

    < 2014.10.23.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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