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호기업 1위가 삼성전자, 8위 LG전자
90년대 말, 러시아의 경제가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 삼성은 의리를 지키고 투자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 최대 컴퓨터 회사와 삼성전자는 거래처 관계였지만 그 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건물을 담보로 외상대금 상환 시기를 미루어 주었고 러시아의 경제가 회복된 후 돈을 갚으면 건물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 일화 덕분에 삼성은 러시아의 전자유통 업체 사이에서 신뢰를 얻었고 이를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입지를 넓혔다. 삼성은 러시아의 장애 어린이들의 컴퓨터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 스마트 스쿨도 운영 중이다. IT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최고 예술 극장인 불쇼이 극장에도 후원하고 있다. 특히 불쇼이 극장에서 열리는 모스크바 국제 빛 축제에 주요 후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90년대,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끊어지면서 불쇼이 극장도 위기를 겪었었다. 그 때 삼성전자가 후원에 나섰고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이 또한 한국의 LG 전자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품질이 좋은 가전제품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LG전자도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 최대 패션쇼인 모스크바 패션위크를 후원하며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유럽 기업인 협회의 조사에서 현대 솔라리스(국내명 엑센트)는 세단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아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도 세단 부문 5위, 옵티마(국내명 k5)는 9위를 기록했다.
식품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들이 있다. 그중 단연 최고 인기 식품은 초코파이이다. 1993년 처음으로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인기가 많아 2006년 현지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지화심으로써 2017년에는 연간 판매량 7억 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이 초콜릿과 마시멜로를 좋아하는 특성을 파악하여 초코 분말 비율을 한국과 다르게 만들었다. 2011년에는 러시아의 총리가 차와 함께 초코파이를 먹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더욱 화제 되었다.
한국의 라면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작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도시락’이 러시아에서 사랑받는 제품이다. 또한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오뚜기의 마요네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산 마요네즈에 비해 더 고소한 오뚜기 마요네즈를 빵이나 과제와 곁들이는 양념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밀키스, 레쓰비 등의 다양한 한국 음료들도 러시아에서 사랑받는 한국 제품들이다. 이처럼 한국의 다양한 기업이 러시아에 정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로 줄일 수 있다. 러시아인들을 파악하여 제품들을 현지화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 지킨 의리이다. 초코파이에 정(情) 마케팅을 적용시켜 성공한 것처럼, 위기를 외면하지 못한 한국인들의 정과 의리가 러시아에서도 통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