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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중스님이 만난 사형수… 옥중에서 참새 키운 '사형수 방영근’
    자유게시판 2020. 6. 24. 10:00

    방영근 유언 저의 어머니를 꼭 찾아서,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저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십시오.”

     

    박삼중 스님

     

     

    사형수 방영근이 어느날 말했다.

    "삼중 스님, 지금부터 하는 말은 들으시고 꾸중하지 마세요"

    "무슨 이야긴데, 당신같이 착한 사람에게 꾸중 할 일이 뭐 있겠느냐?"

    방영근은 스님에게 참새 키우는 이야기를 했다.

    교도소 지붕에서 참새 새끼 두 마리가 떨어져 있는 걸 청소하던 재소자가 발견하고 빗자루로 쓸어 버리려다 착한 사형수로 소문난 방영근을 떠올리고 그 라면 키울 수 있겠지 생각하고 "참새 새끼 두 마리를 가져와서 이 참새 키워볼래?"하고 제안했다.

    "그래요. 내가 키우고 싶어요.. 또 내가 키워야 할 이유가 있어요."

     

    방영근은 "내가 순간 실수로 한 노인의 생명을 뺏었다. 나는 여기 와서 불자가 되었다. 참회를 하고 싶은데, 말로만이 아니라 한 생명이라도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새 새끼 두 마리를 받았노라"고 말을 했다. 요즘 같으면 교도소 규율이 엄해서 어림없는 일. 허나 당시엔 그래도 정이란 게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참새 새끼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한다.

     

    그럼 감방에서 어떻게 참새를 키웠을까? 야생동물인데, 물도 있어야 하고, 모이도 주어야 하고, 헌데 교도관이 그 사정을 알고 물도 가져다주고, 좁쌀도 가져다주었다.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소장이나 보안 과장이 교도소 내 순시를 하는데 들키면 담당 교도관도 징계를 받아야 하고 사형수 방영근도 범칙을 했기에 징벌을 받아야 한다.

     

    해서 몰래 키워야 하는데 한번은 담당 교도관이 예고 없이 문을 확 여는 바람에 참새 한 마리가 옆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헌데 그 방도 사형수 방이었다. 그쪽 사형수가 참새를 받아서 나도 참새 한 번 키워보겠다며 돌려주질 않는다.

     

    방영근이 사정을 한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 버리니까 남은 한 마리가 밤새 짹짹이며 울더라, 너나 나 참 외롭게 살지 않느냐 네 방 창살에 붙었다고 돌려줄 수 없다면 남은 한 마리도 줄테니 네가 키워라, 남은 한 마리가 밤새 짹짹이고 우니까 내가 괴로워서 못 견디겠다.

     

    그 사형수가 방영근의 진정에 질려버렸다. 사형수로 어느 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운명들이지만 그래도 정이 있었다. 그렇다면 돌려 줄테니 네가 키워라, 그런데 어느 날 울퉁불퉁한 나무 방바닥에 참새 한 마리 발이 끼어 부러졌다. 사형수 방영근은 부러진 다리에 안티프라민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정성껏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

     

    "진작 말씀 못 드려 죄송합니다. 스님께 일찍 말씀 드리면 "너도 갇혀 있는 놈이 왜 참새를 감옥에 가두느냐, 허공으로 날려 보내야지 야단 치실까봐 말을 못 했다" 한다.

     

    “야단치지 마세요, 스님! 그 새는 내가 키우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리고 스님 뜻대로 언젠가 사형 집행장으로 갈 때 자유롭게 날려 보내겠습니다. 그 때 까지는 제가 이 새를 키워야 합니다. 제가 새를 키우며 참회도 하고, 생명 하나라도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또 외로워서 참새 짹짹이는 소리를 들으면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니 절대 지금 날려 보내라 하지마세요. 집행장으로 가기 전에 꼭 날려 보내고 떠나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잘 키워라. 네가 잘 키우는 걸 날려 보내라 하겠느냐 그러나 꼭 잊지 말고 집행장으로 가기 직전에 교도관의 양해를 구해 새를 창공으로 날려 보내고 가거라"

    약속했다. 그런 어느 날 소장이 순시를 한다. 담당 교도관이 언질을 주면 사형수 방영근은 참새를 품속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하필 소장이 지날 때 품속에 참새 한 마리가 째잭 소리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왜 감방에서 참새 소리가 나? 이 방 문 열어”

    방영근의 몸속에서 참새 새끼 두 마리가 나왔다.

    “이건 범칙이야, 어떻게 교도관이 감방에서 참새 키우는 걸 묵인할 수 있나? 이건 안 되는 일이다. 징벌방에 가둬라.”

    징벌방이란 겨우 혼자 몸만 가눌 수 있는 작은 방이다. 그 당시엔 사형수가 범칙 행위를 해 본부에 보고되면 바로 형 집행을 할 때다. 참새 두 마리를 살리려다 꼼짝없이 사형수 방영근이 죽을 판이었다.

    그런데 소장이 보니 참새 한 마리가 발에 붕대를 감고 있다. 이유를 묻자 참새가 감방 방바닥을 걷다 울퉁불퉁한 바닥 틈새에 끼어 발이 부러져 치료해 주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새는 제가 치료해 주지 않으면 죽습니다”

    인간적이었던 소장은 감동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당시 소장은 새는 왜 키우느냐 물었다.

     

    “제가 순간 실수로 한 노인의 생명을 뺏었습니다. 참회를 못 하고 가는데 지붕에서 떨어진 참새 새끼 두 마리를 청소하던 재소자가 들고 왔길래 제가 키워 주고 집행장으로 가기 전 꼭 허공에 날려 보낼 것입니다”

    소장이 감동했다. 처음 발견했을 땐 범칙을 한 죄수로 생각했지만 새를 키우는 과정이 발이 부러진 다리에 약을 발라 붕대를 감아 치료하는 그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좋다. 그런 마음이라면 키워라. 내 집무실에 잉꼬 한 쌍이 있다. 줄 테니 같이 키워라.”

     

    그때부터 참새 두 마리와 잉꼬 한 쌍을 키운다. 그런 어느 날 그의 사형이 집행된다. 그래서 참새 키운 사형수다. 집행 하루 전 날 밤에 꿈을 꾼다. '지장보살'님이 출현하셔서 내일은 네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날이다. 준비 하거라. 말씀하시고는 홀연히 사라지셨다 한다.

    사형수 방영근은 목욕을 하고 삼중스님께서 넣어 주신 한복을 갈아입고 염주를 돌리며 기도를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교도관이 삼중스님 접견이다 라며. 호출하는 게 아닌가.

     

    “교도관님 오늘은 스님이 오시는 날이 아닙니다. 제겐 바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한복으로 갈아입고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이 제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간밤에 '지장보살'님께서 말씀 해주셨습니다. 웃으며 떠날 테니 걱정 마세요. 내가 이곳에서 다행히 불법을 만나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갈 수 있음은 참으로 복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만약 밖에서 막 살다 죽었다면 인생을 모르고 살다 갈 뻔 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나는 사형수가 되어 부처님 법을 만났다는 걸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포승줄로 묶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 내가 삼중스님과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키우는 참새 두 마리를 허공중에 날려 보내고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잉꼬 한 쌍은 소장님께 전해주십시오.“

     

    그리곤 웃으며 사형 집행장으로 걸어간 사람 방영근. 집행장에서 그는 나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아니 유언이었다.

    “스님 저의 어머니를 꼭 찾으셔서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저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십시오. 전 외로운 사형수 묘지에만은 정말 묻히고 싶지 않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참새를 키운 사형수 방영근은 떠났다. 1976년10월27일.

     

    방영근을 천도하고 있는 삼중스님   ▲ ▼

     

     

    그의 어머니 이야길 좀 해야 할 것 같다. 방영근의 어머니는 시골 마을을 떠도는 선술집 마담이었다. 부동산 투기 떴다방처럼 이 마을 저 마을 전전하며 술장사를 했었다. 우연히 마을 유지였던 이를 만나 낳은 아이가 방영근이다. 영근은 태어날 때부터 불행을 안고 천덕꾸러기로 태어난다. 아무도 그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어머니마저 돈 몇 푼에 영근을 두고 나 몰라라 떠난다. 삼중스님께서는 지금도 방영근의 어머니를 찾고 있다. 심지어 일본 일간지에 영근의 어머니 찾는 광고를 했었다.

    삼중스님은 방영근이 그립다 말한다. 영근의 어머니를 아시는 지인이 있다면? 삼중스님은 지금도 연락을 기다린다.

     

    아래는 필자가 쓴 시이다.

    無錢有罪(무전유죄) -장만호

     

    안타까운지고

    인간 방영근이여 !

    돈 5만원이 없어

    사형수가 되다니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

    처형에게 빚진 금 목걸이

    5만원 전당포 영수증

    포승줄이 될 줄이야?

     

    급한 마음에

    주인 집 텔레비전을 훔쳐

    나오다

    소릴 치르는 할아버지를

    밀쳐 넘어뜨린 게

    뇌진탕 일 줄이야?

     

    순간의 실수

    용서 받을 수 없는 죄

    참으로 순식간에 벌어진

    돌이킬 수 없는 과오

     

    태어날 때부터 불행을

    안고 태어난 그

    아버지는 시골 마을 유지

    어머니는 떠돌이 선술집 마담

     

    천덕꾸러기 방영근

    누가 그에게 원죄를

    묻겠는가?

     

    지금은 외로운 사형수 묘지에

    묻혀있지만

    삼중스님께서 어머니를

    간절히 찾고 있으니

     

    외롭고 음습한 사형수 묘지에서

    따뜻한 어머니 품속 같은

    양지바른 곳.

    짹짹 짹짹 짹짹 !

    당신의 유일한 가족이

    기다리는 그 곳

     

    생전에 과오를 참회하고

    죽을 생명들을 구함으로

    선업을 쌓으셨으니

    방영근 님이여

    극락왕생 하소서!

     

    <2020.6.22> haeun5709@hanmail.net

     

     

    필자/장만호  아동문학가, 시인, 디카시인, 시 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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