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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시인의 동시집 [꿀단지] 속의 삼중.현도스님 이야기나의 이야기 2022. 1. 29. 11:14
현도 스님(왼쪽)과 삼중 스님(오른쪽) “엄마! 뱀 한 마리가 도로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차에 치어 죽어있네요
사람도 지나가고 차들도 지나치네요
죽은 뱀을 치워주는 사람은 없네요
엄마가 다니시는 자비사 현도 스님께서 지나가시다 나뭇가지에
검불을 모아 죽은 뱀을 감싸서 풀숲에 놓아주시네요
죽은 뱀이 현도 스님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도 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것 같네요
스님께서 저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오늘은 행복한 날이네요.”
경북 경주시 뒷대일길 109, 남산 자락에 위치한 자비사의 현도 주지 스님 이야기다.
스승이신 삼중 스님께서 그의 덕행을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효상좌(孝上佐)이다.
코로나로 삭막한 세상에 현도 스님의 자비심은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여 줄 것.
"스님과 뱀"이란 제목의 시는 필자(아동문학가 겸 시인 장만호)의 동시집
'꿀단지'에 수록된 내용이다.
자비사를 오르는 입구엔 작은 마을이 있다. 찾아오는 신도들이 많은지라
차량들이 빈번히 지나치는 곳이다. 산 밑이라 주로 논밭이고
가끔은 축사도 눈에 들어온다.
풀숲에 놀던 뱀이 도로를 지나치다 차량 치어 널브러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흉측한 모습에 고개를 돌리고 지나갈 뿐
치워주는 사람은 없다.
마침 그 앞을 지나치던 현도 스님이 뱀의 사체를 보고
작은 나뭇가지를 모으고 풀숲의 검불을 모아다가
뱀의 사체를 정성껏 감싸서 풀숲에 놓아 주면서 천도를 해 준다.
마치 장례의식 때 입관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그 모습에 합장을 하고 있다.
경주엔 유난히 까마귀가 많다.
지나치다 보면 전깃줄에 새까맣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수천 마리는 될 듯하다. 까마귀 피해를 줄이려고 과일나무에 그물을 쳐 놓기도 한다.
어느 날 현도 스님이 걸망을 지고 출타를 하는데 새 한 마리가 과실을 탐하다
그물에 걸려 파닥였다. 곧 죽을 것 같이 힘이 빠졌다.
그 모습을 본 현도 스님은 걸망을 벗고 한참을 내려가 그물에 걸렸던 새를
방생해주고 가느라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없었다 한다.
동네엔 구순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사신다. 봉사자들이 와서 할머니를 돕지만
할머니는 외출을 하시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먼저 현도 스님께 전화를 한다.
때론 집을 봐주기도 하고 말동무도 해 드린다.
가을에는 긴 장화를 신고 동네 길가 풀들을 쳐 낸다.
동네 궂은일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이 현도 스님께 먼저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신도 한 분이 현도 스님께 좋은 일에 써 달라며 큰돈을 내놓는다.
현도 스님은 그 돈을 절에 쓰지 않고 스님이 되고자 하는 학생에게
학자금으로 지원, 동국대학을 졸업한 그 학생은 지금 훌륭한 스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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