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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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 법정스님자유게시판 2022. 4. 12. 17:12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불효자다. 낳아 길러준 은혜를 등지고 뛰쳐나와 출세간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해 싸락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 골목길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집에는 어머니가 홀로 계셨다. 중이 되러 절로 간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시골에 있는 친구 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는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보다도 비쩍 마른 할머니의 품속에서 혈연의 정을 익혔을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내 입산 출가의 소식을 전해 듣고 어머니 보다 할머니가 더욱 가슴 아파 했을 것이다. 내가 해인사에서 지낼 때 할머님이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뒤늦게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