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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무이(어느 어머니의 말씀을 아들이 옮겨 쓴 글)
    자유게시판 2022. 9. 15. 20:10

     

    세수 남 보라고 씻는다디?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기 사람 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거 아이가.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고추 모종은 아카시 핀 뒤에 심어야 된데이. 

    배꽃 필 때 한 번은 추위가 더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날이 지나야

    풋보리라도 베서 먹을 수 있는데,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 카더나.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고, 

    처섯비는 사방 십리에 천 석을 까먹는다 안 카나.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쫌 와얄 낀데....

    들깨는 해 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뿌사지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다.

     

    그나저나 무신 일이든 살펴봐 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기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 곱다가 하제. 

    밉다고 다 없애면 시상에 뭐가 남겠노?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 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 대면

    나무가 앙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으대문

    땅도 가만히 있지 않는기다.

     

    세상에 씰데 없는 말은 있어도

    씰데없는 사람은 없는기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넘이 있고 작은 넘이 있는 것이나, 

    여문 넘이나 무른 기 다 이유가 있는 기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문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노?

    밥 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 따로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기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나.

     

    내 살아보니 짜달시리

    잘 난 넘도 못난 넘도 없더라

    하기사 다 지나고 보니까네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기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 내기 나름이지,

    많이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는 갑더라. 

     

    거둬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시고, 

    모질게 거둬들이기만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지도 까시가 돋니라.

     

    우짜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감서 살아라캐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개니께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손 두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도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 게 제 각각, 

    베풀문 베푼대로 받고, 

    해치문 해친 대로 받고 산지라.

    하매 사람한테야 굳이 말해서 뭐 하겠노?

     

    내사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그는 우짜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디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래이.

    개가 더버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꼬 옷 입고는 못 사는 기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아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아만 또 됐다. 

    인자 너그 아아들 타던 유모차에도

    손을 짚어야 걷는다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나?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게지

    다 덜 그렇게 사는 게지~ ~ ~

     

    [ 울 어무이 말씀처럼 넘 정감있고 따뜻하여

    퍼 올려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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