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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계(退溪) 종가(宗家)는 왜 추석 때 차례(茶禮)를 지내지 않을까
    자료실 2023. 9. 30. 08:53

     


     

     

    10월 셋째 일요일 '묘사'로 대체

    "차례도 시대 맞게 다양한 방식"

     

     

     

    퇴계 이황의 고향 안동시 도산서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지만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퇴계 이황(1501-1570)의 종가는 평소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추석 차례는 건너뛰는 가풍 때문이다. 종가가 있는 경북 안동과 봉화 등 일부 지역의 양반가는 햇곡식을 수확하기 어려운 추석 대신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중구차사(重九茶祀)’를 지내기도 하지만 퇴계 종가는 그조차 없다.

     

    29일 퇴계 종가와 지역 유림계에 따르면 퇴계 종가는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기는 하지만 차례와는 담을 쌓고 있다. 대유학자 집안에서 햇곡식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의 넋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종택 앞 논에 노랗게 익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안동시 제공

     

    퇴계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근필(91) 옹의 장남이자 17대 종손인 이치억(47) 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퇴계 종손들은 10월 묘사(墓祀ㆍ음력 10월에 지내는 제사)로 한가위나 중구차사를 대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매년 10월 셋째 주 일요일 종택 옆 추월한수정 대청에서 햇곡식과 과일, 육류를 준비해 묘사를 지낸다”라며 “상은 기제사보다는 간소하지만, 차례보다는 풍성하게 차린다”고 말했다. 일요일을 묘사일로 정한 이유는 각지에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서다.

     

    퇴계 종가가 차례 대신 묘사를 지내는 이유로 추석 때 반드시 햇곡식을 수확한다는 보장이 없고, 옛날처럼 의례를 국가가 정하지 못하는 등 시대적 변화가 꼽힌다. 대가족 중심의 농경사회는 옛 생활 방식이고, 지금은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햇곡식과 조상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 기억에도 추석에 차례를 지낸 적은 없다. 그는 “언제부터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까마득하다”라며 “시대 흐름과 생활상이 달라진 게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동 유림들도 핵가족화, 이촌향도(離村向都) 등 사회변화에 문중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차례가 묘사로 대체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례도 형식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차례는 결국 수확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자신을 있게 한 조상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의례로 동서고금의 구분이 없으나 여태까지 형식을 갖추느라 정작 진솔한 감정은 드러낼 수 없었던 것 같다”며 “현대에 맞는 방식으로 그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가족 형태 변화와 화장 문화 확산 등에 따라 추석에는 납골당 등을 찾는 경우가 잦아지는 등 설날과 추석의 모습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추석에는 벌초와 차례, 성묘까지 세 가지 의례가 있어 차례만 지내는 설날과 달리 의례가 중복된다”며 “퇴계 종가가 오래 전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2023.9.29. 안동= 류수현 기자 yvr@hankookilbo.com

     

                  아래의 글은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2017.9.23. 조선일보)

    제사는 장손이, 추석엔 성묘… 퇴계도 朱子도 그렇게 생각 안 해

     

    추석에 제사 지내지 말고 성묘하지 말자. 조상님 차례 안 지내고 성묘 안 가겠다는 게 아니다. 이치를 드러내 밝혀보고자 할 뿐이다. 필자는 증조부모·조부모·부모 제사를 모신다. 20년 전 제사를 모실 때 일이다. 당시 증조부의 막내딸(왕고모)이 생존해 있었다. 증조부 제사를 모실 때마다 '증손자인 나보다 당신의 막내딸이 제사를 모셔야 더 애틋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고모는 100세 넘게 살다 돌아가셨다. 또 조부의 제사를 모실 때마다 생각한다. 당신의 아들(숙부)과 딸들(고모)이 생존해 있으니 손자보다는 그들이 제사를 모심이 마땅하지 않은가? 제사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다.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퇴계(이황)와 고봉(기대승) 선생이 주고받은 편지글에서 이 문제를 논하는 대목을 발견했다. '4대(고조)까지 모셔야 하느냐, 3대(증조)까지 모셔야 하느냐'는 문제도 언급되었다. '집안이 가난하면 어떻게 4대까지 모시겠느냐' 했다. 또 '윗대 어른이 살아계신데 이를 무시하고 장손 혹은 증손이 제사 지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였다. 윗대가 생존해 있으면 마땅히 그 일족이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야 한단다. 맏며느리(종부)에게 제사를 모시게 하는 것도 이치가 아니라 했다. 본디 맏며느리에게 제사를 주관하게 함은 그녀가 과부로 내쳐지는(혹은 홀대받는)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 근본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다.

     

    또 왜 아들만 제사를 모시고 딸은 제사를 모시지 않는가?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제사와 차례는 다르다.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추념함이 제사(祭祀)이다. "祭는 사람과 귀신이 서로 교제한다[際]는 뜻이며, 祀는 似(사·같다)의 뜻이다. 즉 돌아가신 조상의 혼령과 만남[際]을 갖는 것과 비슷한 것[似]이란 뜻이다. 만날 듯 말 듯한 조상과 후손과의 은밀한 교감 행위이다. 따라서 제사는 제물을 많이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모시는 이의 정성이 중요하다."(김기현 전북대 명예교수·퇴계학)

     

    제사상에 무엇을 올려야 하는가?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사상 음식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탕·전·생선을 올리지 않은 지 오래다. 냄새가 심한 데다 아무도 먹지 않는다. 그 대신 참석자들로 하여금 먹고 싶은 것을 추천하게 한다. 초콜릿·과자·피자·치킨 등은 아이들이, 와인은 필자가 좋아하는 제물이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는 할 일이 줄고 제사 음식 낭비가 없어 좋단다. 필자의 독단이 아니다. 이른바 '향벽설위(向壁設位)인가 향아설위(向我設位)인가'에 대한 본질적 문제이다. 향벽설위란 벽을 향해 음식을 차려놓은 것을 말하며, 향아설위는 나(후손)를 향해 음식을 차리는 것을 뜻한다. 후손이 맛있게 먹고 마시면 조상님도 기분이 좋다. 왜 그러한가? 내(후손) 안에 조상이 계시기 때문이다. 조상과 후손 사이 동기감응(同氣感應)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제사와 달리 차례를 지내는 추석(그리고 설)은 무엇인가? "그날은 가족이 오붓하게 함께 음식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속절(俗節)이다. 옛날에는 없었으나 후대에 생겨 온 가족이 제철 음식을 마련하여 즐기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날 어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돌아가신 부모님도 함께하십사' 하는 마음의 발로가 차례이다. 예의 올바름이 아니나[非禮之正] 인정상 그럴 수 있다." 성리학자 주자(朱子)의 말씀이다.

     

    더구나 성묘(省墓)는 추석날 할 일이 아니다. 전국의 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날 무슨 성묘인가. 성묘는 평소에 조상님 무덤[墓]을 둘러보는[省] 일이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좋고(지내도 좋고), 성묘를 하지 않아도 좋다(평소에 자주 하면 더 좋고). 온 가족이 추석(설)을 즐기면 조상님도 좋아하신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2017.9.23.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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