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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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문학 2007년12월호 재미있는 시평_<반칠환 시인의 ‘자벌레> 外카테고리 없음 2022. 1. 1. 21:11
신광철 시인 월간 한비문학 편집 고문 자벌레 한심하고 무능한 측량사였다고 전한다. 아무도 저이로부터 뚜렷한 수치를 얻어 안심하고 말뚝을 꽝꽝 박거나, 울타리를 치거나, 경지정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딴에는 무던히 애를 썼다고도 한다. 뛰어도 한 자, 걸어도 한 자, 슬퍼도 한 자, 기뻐도 한 자가 되기 위해 평생 걸음의 간격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저이의 줄자엔 눈금조차 없었다고 한다. 따뜻하고 유능한 측량사였다고도 전한다. 저이가 지나가면 나무뿌리는 제가 닿지 못하는 꽃망울까지의 거리를 알게 되고, 삭정이는 까맣게 잊었던 새순까지의 거리를 기억해 냈다고 한다. 저이는 너와 그가 닿지 못하는 거리를 재려 했다고 한다. 재면 잴수록 거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측량을 했다고 한다.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