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주변의 일상사와 관심 사항을 日記쓰듯 기록해 가는 저의 작은 개인 흔적입니다.

Today
Yesterday
Total
  • 최재형 감사원장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자유게시판 2020. 8. 4. 09:27

     

     

     

    최재형 감사원장님!

     

    일면식도 없는 무명민초(無名民草)의 두서없고 외람된 넋두리를 너그러이 받아주시기를 앙망하면서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먼저 공개서한 형식으로 읍소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생활전선에서 은퇴하여 노년의 삶에 접어든 종심(從心) 맞이 소시민입니다마는 평생 국록으로 살았으니 국가와 국민의 은덕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하오나 근래 수년 간 우리나라의 상황이 너무도 위중하기에 온갖 시름과 걱정으로 전전반측 밤잠 설치기 일쑤입니다.

     

    주제넘은 칠실지우(漆室之憂)임을 잘 알면서도 국가를 떠난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밀려드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여 더욱 괴롭다 하겠습니다.

     

    능력 없고 권한 없는 민초 주제에 걱정한들 무슨 소용이리오마는,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현실이 심히 처량하여, 오늘 이러한 시간이나마 마련해 보려는 심정이오니 다시 한 번 헤아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옵는 최재형 감사원장님!

     

    근간 원장님의 국사(國事) 처결 자세를 전해 들으면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또는 십년 체증이 내려가는 듯, 이루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맛보았습니다.

     

    평소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부앙불괴(俯仰不愧=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아 부끄러움이 없음)의 표본을 보는 듯싶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의 업무는 옛 사간원(司諫院) 역할에 빗댈 수 있겠고 그렇다면 원장님은 대사간(大司諫)의 소임을 수행하신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저 ‘정부 정책의 과오를 조사하여 바로잡는 기강 확립’의 최전선에 서 계시는 대사간(=감사원장)이라면, 그에 합당한 자질과 능력과 인품을 두루 갖춰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개인적으로 항상 강조하는 과거 청백리의 요건이었던 공렴(公廉=공평과 청렴) 정신까지 구비해야 할 것입니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때마침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원장님 소식이 곧 공렴의 표본처럼 들렸고 이것은 결국 다음과 같은 3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첫째는 자연인으로서 진정한 대장부 및 지성인의 면모입니다.

     

    감사원장이 비록 높은 관직임에는 분명하나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도 아니려니와 보다 상위의 직책은 아직 여럿입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騎馬欲率奴)”는 속담처럼 높은 직위일수록 상위직을 갈망하기 마련입니다. 인사권자의 눈치 살피면서 차기 보직을 염두에 두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는 현재의 고유업무 수행에만 전념하고 계십니다. 상부의 의도에 연연하지 않고 본연의 책무에 몰입하시는 의연함이 감동스럽기 그지없고 참으로 보기에 좋습니다.

     

    본시 남자란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고 합니다마는 ‘위국헌신(爲國獻身)’이야말로 진정한 군자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덕목입니다.

     

    장부로 태어나서 이만한 지위에 올라 영예를 누렸으면 출세욕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에 진력하는 것은 대장부의 본령입니다!

     

    둘째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효행의 모범적 실천입니다.

     

    원장님의 엄친(嚴親) 되시는 최영섭 대령님은 개인적으로 모교(해군사관학교)의 대선배님 되십니다.

     

    최 대령님은 6.25전쟁 중 대마도전투를 통하여 우회 기습 침투하는 적선을 격침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수호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하신 분입니다. 공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항상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원장님께서도 엄친으로부터 귀한 훈육을 받으셨으리라 확신합니다만 참 효도가 무엇인지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시는 슬기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예로부터 ‘몸의 터럭까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치 않아야 한다((身體髮膚受之父母不敢毁傷)’고 배웠습니다마는 이것은 단지 ‘효도의 시작(孝之始也)’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다운 효도는 ‘몸을 닦고 도를 행하여 부모 이름을 높이는 것(立身行道 揚名後世 以顯父母)’에 이르러야 합니다. 이를 ‘효도의 끝(孝之終也)’이라 합니다.

     

    부친의 위국헌신의 모범을 그대로 본받고 본인도 공평무사한 자세로 국가에 헌신함으로써 부친의 위명(偉名)을 더욱 돋보이게 하셨으니 곧 진정한 ‘효의 긍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셋째는 공직자로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결기입니다.

     

    아무리 감사원장이라 할지라도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일종의 의리이기도 하고 자칫 배신으로 읽힐 수도 있는 난감한 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로부터 ‘충신’을 ‘왕이나 대통령에게 절대복종하는 자’로 배워온 영향을 벗어나기 힘든 측면도 있습니다. 군인의 경우 ‘임명권자이자 최고사령관인 대통령 또는 왕’을 절대 충성의 대상으로 착각하는 것이 한 예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충성, 아름다운 충성’은 이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데 그것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왕 이상을 보는 슬기입니다.

     

    즉, 진정한 충신은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임명권자의 의도와 어긋날지라도 그 상위에 존재하는 최고가치(最高價値)인 ‘국민’을 의식합니다.

     

    그러므로 ‘참 충성’이라는 관점에서의 ‘멸사봉공(滅私奉公)’이란 「개인 자격인 임명권자를 뛰어넘어(滅私) 진정한 섬김의 대상인 국민에게 헌신(奉公)하는 것」 임을 깨우쳐야 할 것입니다. 역사적 충신들을 유심히 살피면 곧바로 알게 되는 상식입니다.

     

    원장님을 통하여 ‘국민을 섬기겠다는 봉공지심(奉公之心)’을 새로이 배우게 됩니다.

     

    정리하여 다시 말씀드린다면, 먼저 군자의 덕목을 함양하시고(修身), 이어서 효도를 통하여 가정을 원만히 이루시고(齊家), 드디어 나라에 공헌하심(治國)을 몸소 실천하고 계심을 알겠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시국에 밤잠 설치며 애태우는 애국 국민들 입장에서, 원장님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대장부의 향기, 효자의 향기, 공직자의 향기에 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진정을 담아 존경하옵는 최재형 감사원장님!

     

    제발 국민들의 미어지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도대체 비빌 언덕이 없고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부모없는 고아 같이 처량하고 본대에서 떨어진 낙오병 같이 처참한 신세들입니다.

     

    권부와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 등 그 어느 곳을 둘러봐도 마음 붙일 곳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3년이 넘도록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갈피 잡지 못하고 몽유병자처럼 유리했겠습니까? 억울함을 호소할 신문고도 없고 원한을 풀어줄 포청천도 없습니다.

     

    길잃은 양 떼들의 아련한 눈길이 원장님의 일거수일투족에 고정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 절박함을 한시라도 잊지 마시고 정처없이 방황하는 애국시민들의 애통함을 제발 덕분 보듬어 주시기를 눈물로 호소드립니다!!!

     

     

    존경하옵는 최재형 감사원장님과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0년 7월 30일

    무명민초 북창(北蒼) 정순태가 두 손 모아 올립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