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람사는 이야기 - 며느리와 시어머니
    자유게시판 2020. 8. 27. 10:26



    내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아래론 여동생이 하나 있다.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

    그때부터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다.

    못 먹고, 못 입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유롭진 않았다.

     

    대학졸업 후,

    입사 2년만에 결혼을 하였다.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좋았다.

    시어머님도 처음부터 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다.

     

    10년 전,

    결혼 만 1년 만에 친정엄마가 암선고를 받으셨다.

     

    난 엄마 건강도 걱정이었지만,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해야 했다.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걱정말라고 내일 돈을 융통해 볼 터이니

    오늘은 푹 자라고 얘기해 주었다.

     

    다음 날,

    친정엄마 입원을 시키려 친정에 갔지만,

    엄마도 선뜻 나서질 못하셨다.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몇 개 있으니

    4일 후에 입원하자 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 때,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왔다.

    "지은아. 너 울어?

    울지말고 ..... 내일 3시간만 시간 내 다오"

     

    다음 날 시어머님과의 약속장소에 나갔다.

    시어머님이 무작정 한의원으로 날 데려가셨다.

    미리 전화예약 하셨는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간병하셔야 한다고요?"

    맥 짚어보시고 몸에 좋은 약을 한 재 지어주셨다.

     

    그리고 백화점에 데려가셨다.

    솔직히 속으론 좀 답답했다.

    죄송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트레이닝복과 간편복 4벌을 사주셨다.

    선식도 사주셨다.

    함께 집으로 왔다.

     

    어머니께서 그제서야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말고.."

    말씀하시며 봉투를 내미셨다.

     

    "엄마 병원비 보태써라~.

    네가 시집온 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있겠어...

    그리고 이건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 비밀로 하자.

    네 남편이 병원비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써...

    내 아들이지만,

    남자들 유치하고 애같은 구석이 있어서

    부부싸움 할 때 꼭 친정으로 돈 들어간 거

    한 번씩은 얘기하게 되있어.

    그니까 우리 둘만 알자."

     

    마다했지만 끝끝내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시어머님께 기대어

    엉엉 울고 있었다.

    2천만원이였다...

     

    친정엄마는 그 도움으로 수술하시고 치료받으셨지만,

    이듬 해 봄...

    엄마는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고 하였다.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전화했고,

    갑자기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시어머님은 한 걸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하셨다.

     

    엄마는 의식이 없으셨다.

    엄마 귀에 대고 말씀드렸다.

     

    "엄마... 우리 어머니 오셨어요...

    엄마......

    작년에 엄마 수술비 어머님이 해주셨어.

    엄마 얼굴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으라고..."

     

    엄마는 미동도 없으셨다.

    당연한 결과였다.

     

    시어머님께서 지갑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서

    엄마 손에 쥐어주셨다.

    우리의 결혼사진이었다.

     

    "사부인... 저예요.. 지은이 걱정말고.

    사돈처녀 정은이도 걱정말아요.

    지은이는 이미 제 딸이고요....

    사돈처녀도 내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내줄께요..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때 거짓말처럼

    친정엄마가 의식 없는 채로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듣고 계신 거였다.

     

    가족들이 다 왔고

    엄마는 2시간을 넘기지 못하신 채 그대로 눈을 감으셨다.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날 붙잡고

    시어머니께서 함께 울어주셨다.

     

    시어머님은 가시라는 데도 3일 내내

    빈소를 함께 지켜주셨다.

    우린 친척도 없다.

    사는 게 벅차서 엄마도 따로 연락 주고받는

    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빈소는 시어머님 덕분에

    3일 내내 시끄러웠다.

    "빈소가 썰렁하면 가시는 길이 외로워..........."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는 내 동생까지 잘 챙겨주셨다.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여행 갈 땐 꼭~ 내 동생을 챙겨주셨다.

     

    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동생과 시어머님은 고맙게도 정말 나 이상으로

    잘 지내주었다..

     

    시어머님이 또 다시 나에게 봉투를 내미신다.

    "어머님. 남편이랑 따로 정은이 결혼 자금 마련해놨어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께요"

     

    도망치듯 돈을 받지 않고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다달았을 때 문자가 왔다.

    내 통장으로 3천만원이 입금되었다.

    그 길로 다시 시어머님께 달려갔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해서 울면서 짜증도 부렸다.

    안받겠다고...

     

    시어머님께서 함께 우시면서 말씀하셨다.

    "지은아...

    너 기억 안나?

    친정 엄마 돌아가실 때 내가 약속 드렸잖아.

    혼수해서 시집 잘 보내주겠다고...

    나 이거 안하면 나중에

    네 엄마를 무슨 낯으로 뵙겠어"

     

    시어머님은 친정엄마에게 혼자 하신 약속을 지켜주셨다.

    난 그 날도 또 엉엉 울었다.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

    "순둥이~ 착해 빠져가지고 어디에 쓸꼬....

    젤 불쌍한 사람이 도움을 주지도,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

    울고 싶을 땐 목 놓아 울어버려"

     

    제부될 사람이

    우리 시어머님께 따로 인사드리고 싶다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시부모님, 우리부부, 동생네.

    그 때 시어머님이 시아버님께 사인을 보내셨다.

     

    그 때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초면에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사돈처녀 혼주자리에 우리가 앉았음 좋겠는데... "

     

    혼주자리엔 사실 우리 부부가 앉으려 했었다.

     

    "다 알고 결혼하는 것이지만,

    그 쪽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 친정 부모님 안 계시다고

    말씀 안드렸을 텐데...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그랬다.

    난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었다.

    내 동생네 부부는 너무도 감사하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 동생은 우리 시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하였다.

     

    내 동생 부부는 우리 부부 이상으로 우리 시댁에 잘 해주었다.

     

    오늘은 우리 시어머님의 49제였다.

    가족들과 동생네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오는 길에 동생도 나도 많이 울었다.

    오늘 10년 전 어머니와 했던 비밀 약속을 남편에게 털어 놓았다.

    그 때, 병원비 어머니께서 해주셨다고...

     

    남편과 난 부등켜안고

    시어머님 그리움에 엉엉 울어버렸다.....

     

    난 지금 아들이 둘이다.

    난 지금도 내 생활비를 쪼개서 따로 적금을 들고 있다.

    내 시어머님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나도 나중에 내 며느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내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아직도 우리 시어머님이다.

    항상 나에게 한없는 사랑 베풀어주신

    우리 어머님이다.

     

    어머님....

    우리 어머님...

    너무 감사합니다.

    어머니 가르침 덕분에 제가 바로 설 수 있었어요.

    힘들 시간 잘 이겨낼 수 있었고요..

     

    어머님...

    넘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제가 꼭 어머니께 받은 은혜,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사랑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요...

     

    - 수기공모 大賞 글 -

     

     

     
Designed by Tistory.